공포반응 결정 전두엽 뇌신경회로 규명

한국과학기술원 한진희 교수

Jhang J, Lee H, Kang MS, Lee H-S, Park H† , Han J-H† .(2018). Anterior Cingulate Cortex and its input to the Basolateral Amygdala Control Innate Fear Response. Nat. Comm.

1. 연구배경

사람과 동물의 공포 반응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적응적인 생물학적 기능이다. 이 중 어떠한 반응들은 위험한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체득되는 ‘학습된 반응’이다. 반면, 어떠한 반응들은 아무런 경험 없이 처음 마주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본능적(선천적) 공포 반응’이라 부른다. 생쥐의 경우 살아있는 포식자, 또는 일부 포식자 냄새에 대하여 선천적인 공포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측대상회 피질 (anterior cingulate cortex)은 신체적인 고통에 반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뇌 영역으로, 전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의 일부에 해당한다. 전전두엽 피질은 복잡한 우리 두뇌 속에서도 가장 고도의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이다. 해외의 유수 연구진들이 전전두엽 피질과 그 하위 회로가 학습된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회로 원리를 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본능적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회로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2. 연구내용

□ 본능적 공포반응에서의 ACC의 기능적 역할 확인

본 연구팀은, 포식자에 대한 생쥐의 공포 반응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할로로돕신 (halorhodopsin) 또는 채널로돕신 (channelrhodopsin) 단백질을 사용한 광유전학 기술을 접목하였다. 할로로돕신을 발현한 뉴런에 녹색 빛을 투사할 경우 실시간으로 뉴런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 반대로, 채널로돕신을 발현한 뉴런에 청색 빛을 투사함으로써 뉴런의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전전두엽의 공포 반응 조절에서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전전두엽의 일부인 Anterial Cingulate Cortex (ACC)에 할로로돕신을 발현하였다. 이 후, 학습된 공포와 본능적 공포를 확인하는 행동실험에서 ACC의 뉴런들을 할로로돕신으로 억제하여 그 기능을 확인하였다. 학습된 공포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실험으로 청각적 공포 조건화를 진행하였으며 본능적 공포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생쥐에게 여우 오줌 냄새를 맡도록 하였다. 먼저, 학습된 공포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청각적 공포조건화를 마친 생쥐의 학습된 공포반응을 관찰할 때 할로로돕신의 활성을 통해 ACC의 뉴런들을 억제하였다. 이 때, ACC의 뉴런을 억제한 실험군과 억제하지 않은 대조군에서 공포반응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우 오줌을 통한 본능적 공포반응 실험에서는 ACC의 뉴런을 억제한 실험군의 공포반응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그림 1).

□ 본능적 공포 반응 시 ACC의 GABAergic 중간뉴런의 활성을 확인

ACC뉴런의 억제가 본능적 공포반응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본 연구진은 쥐가 본능적 공포반응을 보일 때에 ACC 영역이 중간뉴런에 의해 억제될 것이라는 추론을 하였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여우 오줌에 노출된 쥐의 뇌를 꺼내서 ACC 영역의 GABAergic 중간뉴런의 활성을 확인하였다 (그림 2). 물에 노출된 쥐에 비해서 여우 오줌에 노출 된 쥐의 ACC 영역의 중간뉴런의 활성이 증가함을 확인하였고, 이는 쥐가 본능적 공포 반응 시 ACC의 뉴런이 중간뉴런으로 인해 억제되고 있다는 가설과 부합한다.

□ ACC 뉴런의 활성이 본능적 공포반응과 학습적 공포반응을 모두 억제함을 확인

ACC 뉴런의 활성이 공포반응을 억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CC의 뉴런에 채널로돕신을 발현시킨 후에 공포 반응 시 ACC의 뉴런을 활성화 하였다. 결과적으로, ACC 뉴런의 활성은 여우 오줌을 이용한 본능적 공포반응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학습된 공포반응도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3).

□ ACC와 BLA의 연결이 공포반응을 조절함을 확인

Basolateral Amygdala (BLA)는 본능적 공포반응과 학습된 공포반응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BLA와 ACC사이에 강한 연결이 있음이 이전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ACC가 BLA의 뉴런들을 조절함으로써 공포반응을 조절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ACC와 BLA 사이의 연결성을 확인하고, BLA 뉴런과 연결을 갖는 ACC 뉴런의 종류를 확인하였다 (그림 4). 먼저, ACC의 뉴런의 시냅스에 형광단백질을 발현시켜 BLA로의 연결을 가시적으로 확인하였으며,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고 있는 ACC의 뉴런들이 Glutamatergic 뉴런임을 면역조직화학법을 이용하여 확인하였다. 또한, ACC의 glutamatergic 뉴런들이 연결된 BLA 뉴런에 직접 신호를 준다는 사실을 전기생리학적으로 확인하였다.

□ BLA와 연결된 ACC의 뉴런의 활성이 공포반응을 조절함을 확인

BLA와 ACC의 기능적 연결을 확인 후, BLA와 연결이 있는 ACC 뉴런들만의 활성을 조절하여 공포반응이 조절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AAV-DIO-ChR2 virus와 CAV2-Cre virus를 각각 ACC와 BLA에 감염시킴으로써 BLA에 연결이 있는 ACC 뉴런에 특이적으로 채널로돕신을 발현시켰다. 이후 이 뉴런들의 활성이 본능적 공포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마찬가지로 ACC 뉴런에 할로로돕신을 발현시켜 ACC의 뉴런을 억제하면 본능적 공포반응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그림 5, 6).

3. 기대효과

본 연구를 통해 생존에 유리한 공포 반응의 발현이 뇌 속에서 어떻게 코딩되고 인출되는지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해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통각, 정서적 교감 능력이나 장기 기억 등의 역할로만 알려졌던 ACC 전두엽 회로에 의한 선천적 공포 조절 기능 발견은 다양한 공포-관련 질환에서 ACC 영역의 중요성과 발병 원리를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공포, 불안 관련 뇌질환 치료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다.

참고문헌
1. Etkin, A., Egner, T. & Kalisch, R. Emotional processing in anterior cingulate and medial prefrontal cortex. Trends Cogn. Sci. 15,85–93 (2011).
2. LeDoux, J. Anxious: Using the Brain to Understand and Treat Fear and Anxiety. (Viking, New York, NY, 2015).